[식물이야기]‘페페로미아’ 에게 사과를...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생긴 또 하나의 변화!


식물키우기에 관심이 생기고 또 죽이지 않고 키우게 됐다는 것이다. 전직 ‘프로살초마’였던 나는 열심히 사다나르고 재빨리 죽이는데 선수였다.


우리집에만 오면 식물이 죽는건 식물의 특성은 무시하고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서였다는걸 깨닫게됐다.






올들어 볕이 잘 드는 창틀에서 허브도 키우고, 생애 처음으로 텃밭도 가꾸다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식물키우는것에 점점 더 흥미가 생긴다.


더욱이 기후위기의 시대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 식물은 상추한포기라도 더 자라는 것이 좋은 일이지 않은가?


반려식물들 떼샷


하나하나 사서 키우다보니 처음 도전해 보는 애들까지 새식구를 여럿 들였다.


장식품처럼 티비 옆에, 문 앞에, 창 위에 여기 저기 놓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원래 그 식물이 자라는 환경과 최대한 비슷한 곳을 찾아 각각 두었다.




지금 내 마음의 소리를 알아챈것 같은 제목의 원예책을 발견! 구입해서 주말내 읽었다.(책 제목 내가 쓴 줄.. ㅋㅋ) 텃밭작물이랑은 또 다른 원예작물에 물주는 법이나 분갈이 하는 법, 계절별 관리법 등 여러 팁들을 얻을 수 있었다.


뭐든 알고나면 달라보인다.

새 식물들 때문에 관심밖으로 밀려났던 페페로미아가 눈에 들어왔다.


일명 청페페


이 아이는 나와 함께한지 오래된 녀석이다. 언제부터 키웠는지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몇년이나 함께했다. 그런데 모습은 처음 가져왔을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분재인가 싶게 자라지도 않고 그렇다고 죽지도 않은채로 그저 있었다. 잎이 오그라드는것이 수상했지만 왜그런지 알 턱이 없어 그냥 두었고, 광합성 잘 하라고 밖에 내 놨다가 직사광선에 잎을 다 태워먹기도 했다.



식물도 화상을 입는다는걸 이때 처음 알았다.



자라지 않으니 분갈이도 해주지 않아서 흙에 영양분이 다 빠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흙갈이라도 해주려고 페페를 화분에서 꺼냈다.



와~ 흙을 쏟아내자마자 너무 놀랐다. 물을 안준지 열흘은 됐을텐데 흙이 완전히 젖어있었다. 뿌리는 몇년이나 자란 페페로미아라고는 믿기지 않을정도로 약하고 작았다.

뿌리에 붙은 흙도 만져보니 흙과 뿌리가 접착제로 붙인듯 끈끈하게 붙어있었다. 과습이 되면 뿌리가 숨을 못쉬어 죽는다는 말이 무슨말인지 알 것 같았다. 보는내가 다 숨이 막혔다.


가뜩이나 숱도 없는 뿌리라 잔뿌리 하나라도 상할까 조심히 흙을 털어내고 뿌리에 붙은 오래된 흙도 씻어주었다. 다행히 뿌리가 썩지는 않았다. 건강한 뿌리는 흰색을 띈다고 했는데 아주 작고 약하지만 흰색을 보여주어 고마웠다.


이대로 뿌리가 좀 마르게 두고, 혹시 세균이나 좋지않은 것이 남아있을까봐 화분도 씻어냈다.


마사토 사진을 못 찍어서 이전사진 



그리고는 물빠짐이 좋도록 바닥에 마사토를 깔고 물빠짐 좋은 분갈이토를 넣어 다시 심어주었다.


뿌리가 작고 약하니 든든하게 고정이 되지도 않았다.



이런 와중에도 연두빛 새 잎을 내고 있었다니... 페페로미아에게 미안하고 그 생명력에 고마웠다


화상을 입었던 잎도 많이 회복한듯 보였다. 상처야 남아있지만 잎이 튼튼해보인다.


화상 before -> after

드립커피 내리듯 조금씩, 화분을 돌려가며 여러차례에 걸쳐 물을 주고 살펴보니 다행히 물빠짐이 이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뿌리가 새 환경에 적응할 때 까지는 평소 필요한 햇빛보다 적게 빛이 드는 곳에 1-2일 두는것이 좋다고한다. 서쪽 반음지 식물들이랑 같이 두었다.


페페가 무사히 새 흙에 적응하기를 ... 그리고 이제 크고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니가 나때문에 고생이 많다~ !

미안하다 페페로미아야.

참아줘서 고맙다.

살아줘서 고맙다.

니가 살아준 덕분에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깨닫고 배울 수 있었구나.


앞으로 잘 할게. 잘 자라줘~~ 🙏.



흙갈이 3일 후 다행히 새 흙에 적응한 듯 보이는 청페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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