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기후위기/착한 소비는 없다]코팅 프라이팬 뿐만 아니라 전기밥솥도 비웠다. (Feat. PFOA의 문제와 유해성)




 

전기밥솥을 비운지 1년정도 되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고 새로 전자제품을 들이지는 않고있지만 그렇다고 편하게 쓰는 제품을 내놓을 정도의 인간은 아니다. 나는.


전기밥솥을 비워야겠다고 생각한건 작년 초 본 영화 때문이었다. 생각지도 않은 코로나 때문에 극장에 간 기억이 가물가물한 요즘 작년 한해 유일하게 극장에서 본 영화가 ‘다크 워터스’ 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설마 이윤을 위해 그런짓을 했을까 싶어 놀라고, 실화라는 것에 놀라고, 인류의 99% 아니,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99%가 이미 중독되어있다는 것에 놀라고, 한 사람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몇십년동안이나 싸워 이만큼의 진실을 밝혔다는것에 놀라고, 그 싸움이 아직도 안끝났다는 것에 놀랐다.


영화는 PFOA 라는 물질에 대한 이야기다.


PFOA는 원래 전쟁중에 탱크를 코팅할때 쓰던 화합물인데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걸 후라이팬에 코팅할 생각을 해냈다. 뭘 굽거나 튀겨도 달라붙지 않고 미끄러지는 이 물질은 프라이팬계의 혁명과도 같았다. 엄청나게 팔렸고 상상이상의 돈을 벌었다.


어느날 변호사 롭 빌럿에게 한 농부가 찾아온다.

듀폰사의 공장이 있는 곳에서 소농장을 하고 있는 남자였다. 자기가 키우는 소들이 미쳐 날뛰다 하나씩 죽어나간다고 듀폰이 독성물질을 버리고 있는것이 분명하다며 사건을 의뢰한다. 소를 키운지몇십년인데 하도 이상해서 죽은소의 배를 갈랐더니 내장이 기괴하더란 증거들을 잔뜩 내민다.

맡고싶지 않았던 사건은 알면 알수록 의문만 증폭시켰고 변호사 롭 빌럿은 엄청난 양의 서류를 뒤지고 방해공작에도 대적하며 사건을 파해친다. 그 결과 이미 실험을 통해 인체에 해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듀폰사가 이를 숨기고 계속 판매한 사실이 드러난다.


하지만 거대 기업과 싸우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그 시간에도 티비에선 ‘의혹’ 에 불과하다고 테프론은 아주 안전한 물질이라는 전문가들의 방송이 나오는데 보는 내가 화가 치밀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나서야 그 지역에 유난히 많은 기형아, 각종 암 등의 질병이 다 이 과불화합물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영화속에 실제 피해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히어로 물처럼 악당이 벌받으며 ‘권선징악’으로 속 시원히 끝나지 않는다.


다크워터스의 마지막장면은 인류의 99%가 중독되었고 이 외로운 싸움은 아직 진행중이라는 무거운 자막이다.


수십 년에 걸쳐 과불화화합물은 물과 공기 중으로, 전 지구상에 퍼졌다. 과불화화합물은 자연계에서 존재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환경 단체 그린피스에서는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과불화화합물이 퍼져 있는지 조사하였다. 과불화화합물이 사용되지 않은 장비를 착용한 뒤 스위스, 칠레, 중국 등지의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에서 눈과 물을 채취하여 성분을 분석한 결과, 모든 곳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었다. *

* 계명찬 , <화학물질의 습격: 위험한 시대를 사는 법> 중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며 그렇게 찝찝할 수가 없었다.


이 프라이팬을 만들어 낸 회사 이름의 뜻을 찾아보면 테플론과 알루미늄의 합성어(Tefal, 테팔)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테플론은 프라이팬 코팅에 상징처럼 사용되어 왔다. *


결혼할 때 신혼 살림을 다 테팔로 장만했다.

손잡이를 붙였다 뗏다 할 수 있는 후라이팬은 보기에도 예쁘고 사용하기도 좋았다. 그런데 그 후라이팬이... 테팔이라는 이름 자체가 과불화합물 ‘테프론’에서 온거라니....


미국과 유럽에서는 2015년부터 불소수지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여 일일 섭취 허용량(Tolerable Daily Intake, TDI)을 과불화옥탄산의 경우 1.0TDI, 과불화옥탄술폰산은 0.15 TDI로 규정하여 관리하고 있지만 규제 대상은 아니다. 현재 티타늄 코팅이나 다이아몬드 코팅 프라이팬 역시 테플론과 같은 불소수지가 사용되고 있다. *


우리나라, 일본, 미국 등 9개국 12개 지역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 국민의 과불화옥탄산의 혈중 수치가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외국의 3~30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과불화옥탄산의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여성의 조리 활동 참여가 더 높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무쇠에 맘을 뺏겨 이미 코팅팬은 사용하고 있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베이킹 할 때 쓰는 팬이나 빵틀등 코팅팬이란 팬은 다 처분했다. 그리고 코팅이 벗겨진 전기밥솥의 내솥도 신경이 쓰여 전기밥솥까지 처분하기로 했다.


프라이팬 코팅의 경우 200℃에서 분해되기 시작하여 240℃ 이상에서 불소수지 입자가 방출되기 시작하고, 300℃에서 산화된 입자가 방출되며, 360℃에서는 유독가스가 방출된다. 프라이팬 제조에는 코팅 원료인 불소수지에 과불화옥탄산이 들어가지만, 프라이팬 제조 공정에서 430℃ 열 가공 과정을 거치므로 조리 과정에서 과불화옥탄산이 방출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조상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코팅이 벗겨진 오래된 프라이팬이나 잘못된 조리 방법으로 인해 과불화화합물이 음식이나 공기 중으로 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후라이팬은 조리시 260도가 넘는일이 빈번하다)


밥은 솥밥도 좋아하고 압력밥솥에 해도 되지만 약식은 어떡하지? 밥통에 해먹으면 편하고 좋은데.... 가끔하는 식혜는? ... 밥솥으로 조청만드는 법도 배웠는데.... 스테인레스 내솥을 사용하는 다른 전기밥솥을 알아볼까? 비우지말고 내솥만 새로 살까?


처분하기로 마음먹고도 갈등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커피머신 때처럼 괜한 고민이었다.



밥솥을 비우고 나니 자리가 통으로 생겨서 그 자리에 잡다한 것을 넣어둘 수 있었다. 주방이 한결 깔끔하고 미니멀해졌다.


예쁜 내 압력밥솥은 적은 에너지로 밥을 더 빨리해준다. 현미밥을 하려면 한시간씩 걸리던 전기밥솥에 비해 압력밥솥은 불리지 않고 바로해도 그 반도 안걸린다. 사용후 통째로 씻으니 개운하고 정기적으로 밥솥을 꺼내 닦고 관리하는 일도 할 필요가 없다. 내솥을 주기적으로 바꿔주기는 커녕 내솥 가격의 반도 안되는 고무패킹만 몇년에 한번 교환하면 평생쓰고 물려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살면서 PFOA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밖에서 사먹을때 내가 그 가게의 조리도구까지 관여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내가 가급적 유기농 제철재료로 집밥을 해먹자고 주야장천 주장하는 이유다. 외식은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 해먹을때 만큼은 우리집에서 PFOA가 나오는 조리도구는 하나도 없다.

Pfoa free의 허점

요즘 코팅팬들을 보면 PFOA free 라고 써있는것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것이 PFOA 뿐만이 아니다. PFOS, PFHxS등 이름만 다르고 결국 과불화합물인 다른 물질이 셀 수도 없이 많다고한다.


코팅팬 외에도 등산복(고어텍스), 방수섬유, 화장품, 종이봉투, 종이컵 안쪽, 콘택트렌즈, 치실에 이르기까지 … 방수가 되고 인공적으로 미끈거리는 모든 물질에 과불화합물이 사용되었다고 보면 된다.


먹는게 아니라 피해가 없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걸 빨면 물에 흘러가고, 만드느라 물에 흘러간 인공화합물은 자연의 법칙안에선 사라지지 않는다. 종이컵 안쪽이나 밖에서 사먹는 종이그릇 내부코팅에도 이런 물질이 사용된다.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이 환경뿐 아니라 내 몸에 좋은 이유이다.



영화에서 말했듯이 99%의 인류가, 아니 아마존이나 북극에 사는 동물 등 99% 이상의 지구상 모든 생물이 이미 중독될만큼 PFOA는 우리 생활속에서 흔히 쓰이는 물질이다.


제조사인 문제적 기업 듀폰은 말했다.

It is everywhere!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PFOA관련 문제

과불화화합물질은 왜 문제가 될까요?

과불화화합물은 놀랄만큼 오래가고, 다른 화학물질에 저항성이 크고, 어떤 것도 달라붙지 못하기 때문에 분해되지 못하고 수세기에 걸쳐 환경에 잔류하게 됩니다. 체내에 유입되어도 잘 배출되지 않고 위산 등으로 분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체내 농도가 점점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불화화합물인 PFOA가 유발할 수 있는 중증질환은 신장암, 갑상선질환, 고환암,자간전증, 궤양성 대장암 등 이며 환경호르몬으로 성조숙증, 불임, 정자수 감소 , 면역계이상, 인지발달 장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임신부의 경우 기형아, 저체중, 미숙아 출산율을 높인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산모81.8%의 모유에서도 이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었으며 다른 나라의 산모들(중국,프랑스 등)에 비해 9배에서 30배까지 높은 농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2018년 식수원인 낙동강PFOA오염으로 대구지역 식수대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freshbubblegram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꼭 영화를 보길 추천한다. 코로나 때문에 극장에 못가는 시기에 개봉되서 너무 안타깝다. 이 영화는 1천만 2천만 넘어서 모든 사람이 알아야 마땅한 영화다.


‘방구석 1열’ 환경영화제 특집 편에 10분 내외로 잘 요약된 것도 있으니 그 방송이라도 꼭 보길 추천한다.


‘롭 빌럿’ 역을 맡은 우리의 헐크 ‘마크 러팔로’가 한밤중에 부엌으로가서 미친듯이 후라이팬을 다 꺼내고 그러다 우는 장면을 보면 도저히 다신 코팅팬을 쓸 수 없을 것이다.


돈에 중독된 기업의 악행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법과 제도가 있으니 괜찮을거라고 믿지말고 모든 소비를 신중히, 보이지 않는 이면까지 세심하게 살펴서 해야하는 이유다.



그리고 한 사람의 힘은 절대 작지 않다.




코팅팬을 다 치우면 뭘 써야할까? PFOA없는 주방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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