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에도 좋은 팥으로 비거뉴어리 시작!!!
그래도 맑고 담백한 국물맛이 참 좋았다.(비싼 채소액 넣었으니 당연한가? ㅋㅋ) 김장김치는 다 젓갈이 들어간 거지만 비거뉴어리 동안에도 그냥 먹도록 한다. 미나리 전이랑 장터김도 곁들여 뜨끈하고 개운한 한끼!!
단감이랑 딸기 그리고 팥죽과 따뜻한 차로 가볍게 먹고 나갔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저녁도 못먹었다. 집에 오는길에 차안에서 핑~ 돌며 허기가 졌다. 이 이후에 먹은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두유 한 잔ㅠㅠ. 의도치 않은 디톡스 데이였다.
어제 저녁도 못먹고, 아침엔 한살림 죽 먹을랬더니 하필 똑 떨어지고 ㅠ 의욕도 없어서 율무차로 허기를 달래고 있던차에 같이 밥먹자는 진이언니의 꿀같은 연락을 받았다. 냉큼 달려가 앉았는데 나는 오늘 따뜻한 한끼의 밥이 영혼까지 채워주는 경험을 했다.
반찬도 마치 의도한것처럼 죄다 비건!! 😍
샐러드의 치즈를 제외하고 남김없이 클리어 했다!!!
너무너무 감사하고 황홀한 한끼였다.
늦은 점심을 영혼까지 배불리 먹은 덕에 저녁은 예산이랑 씨름하면서 스벅 빵으로 먹었다. ‘우리 단호박 보늬밤 브레드’ 라고 비건 빵인데 요거 되게 맛있다. 안에 들어있는 찰떡이랑 팥 단호박도 조화롭고 많이 달지도 않다. 이런 채식메뉴 있어서 참 좋다.
비건 안주는 감튀밖에 없는줄 알았더니만 새로운 메뉴를 발견해서 기뻤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건식당이 늘고, 제품도 늘고 있지만 더 중요한건 모든 식당에 비건 옵션이 있는것이다. 내가 처음 독일에 갔던 2003년에도 멘자(학생식당)에 비건메뉴가 따로 있었다. 왜 채식을 하는지는 묻지도 않고 다이어트에 좋을것같아서 먹곤했는데..(가격도 제일 쌌다), 서양과 동양은 식생활의 차이가 있으니 단순비교해 말 할 수는 없지만 육식이 이렇게나 늘어난 상황과 기후미식의 중요성, 인권의 문제까지 생각하면 채식옵션은 제도적으로 꼭!!! 필요하다.
오전 내내 딴짓 하다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밥을 차렸다. 냉장고를 뒤져 남은 재료들을 다 볶았다. 올리브유에 마늘 향을 내고 브로콜리, 단호박, 양송이 버섯을 넣어 볶다 허브솔트만 뿌렸는데 왜이렇게 맛있음?? 누룽지 쌀로 방금지은 새밥까지 같이 먹으니 더 맛있었다. 밥을 다 먹었는데 김이 남아서 밥을 또 갖다 먹은건 안비밀.
곰이 퇴근하며 사온 한살림 세일 떡에 곰이 씻어다 준 딸기로 후식(?)까지 배불리 마무으리.
비건으로 피자를 시켜먹을까(파파존스 가든스페셜을 치즈없이 먹으면 비건이다.) 아니면 정라면을 끓여먹을까?(쉽게가는 메뉴로 ㅎㅎ) 고민하다 밥을 했다. ‘이거 왜맛있지?’ 하게되는 대표메뉴 양배추 볶음만들고(곰도 정말 잘먹음^^) 두부도 들기름에 굽고
완밥!!!
철새들이 이동할 때 우리나라의 논들이 지정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되었다. 멀리 날 수 없는 유조들이 처음으로 발딛고 쉬는 장소이자 요기를 하고 쉴 수 있는 쉼터란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이런 공간이 점점 사라지면서 철새들이 움직이지 않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으며 모여서 오래 있다보니 전염병으로 폐사 하는 등의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논은 단지 쌀을 적게먹는다는 이유로, 쇼핑몰을 세워야 한다는 이유로, 나에게 소유권이 있다는 이유로 없앨 수 없는 공간인 것이다.
사람을 잘 따르는 귀여운 큰고니를 보고 있자니 내가 저런 애들의 쉼터를 빼앗고(농지는 축사를 짓기위한 공간을 위해서도 아주 많~~이 뺏긴다)비윤리적으로 키워 잔인한게 도축해 먹는 삶에 기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김포에 간김에 김포에 있는 홍염탕에서 목욕하고 집에가는 길에 두부전골을 시켰더니 전골에 민물새우가 잔뜩 있었다.
(아~! 하얀 순두부를 시켰어야 하는구나?)
식당에 종이컵만 있는걸 발견하고 얼른 차에가서 텀블러를 가져오는 울곰은 정말 사랑스럽다 ㅎㅎ
비건리셋7일차는 반 만 성공!! 🥲
저녁은 곰이 잔뜩 갈아준 감자에 청양고추 쫑쫑 썰어넣고 부친 감자전이랑, 야채를 잔뜩 넣어 만든 쫄면, 그리고 농부님이 선물로 가져오신 홍주 생 막걸리 곁들여먹었다. 셋의 궁합이 너무 좋아서 괜히 막걸리를 한 병만 받아왔다며 후회했다.
곰이 너무 맛있다며 행복해해서 나도 좋았다.
공기가 안좋으니 목이 너무 아프다.
우리가 망가뜨린 생태는 결국 이렇게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ㅠㅠ
2022년 처음 비건리셋을 했을때와 올해는 너무 다르다. 작년 1월에 코로나 때문에 사적모임도 금지되고 식당에서 밥먹는 거나 마트 쇼핑까지도 제한되는 때라서 집밥으로 비건리셋을 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새로운 레시피도 시도하고 성공하고 그러면서 재미도 보람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내내 밖에나가고 또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같이 하면서 어려운 점을 많이 느낀다.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는 다른 사람들이 원하지 않고, 같이가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것이 많지 않다.
나는 운이 좋게도 주변 사람들이 다 응원해주고 지지해줘서 가능한것들이 많지만 유난이라고 생각하거나 이해받지 못하면 정말 비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어떤 이유에서건 (동물권을 위해서든, 환경을 위해서든, 건강을 위해서든)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매일 매끼니에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비건만이 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어느 방식이건 지금보단 고기를 덜 먹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하루한끼, 일주일 하루, 주말, 혼자있는 날 등 어떤 날을 정해서 채식을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어떤 게임에 참여하는것 같고 해냈다는 생각도 들며 성취감도 자존감도 생긴다.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올해 비건리셋이 끝나면 어떤 기분이 들고, 어떤걸 배우게 될까?
기대감을 가지고 쭉~ 이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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