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활동가 과정 식생활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준비하고 챙길것이 많은 날엔 신경쓰여 밥을 못먹는다. 음료도 물만 마신다. 여러사람들의 도움으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했던것보다 잘 끝나서 다행이었다. 지난번에 생고생하며 만들어 둔 교안도 다시 쓸 수 있어 좋았다. 시간도 잘 맞춰 만족스럽게 수업을 마쳤다.
수업이 끝났으니 차 마시며 여유롭게 수다도 떨고 수다가 길어지는 바람에 저녁까지 먹고 들어왔다. 언니 말 듣고 처음 간 집인데 정말 푸짐하게 음식이 잘 나왔다. 맛도 좋고^^ 부추전 짱맛있.
집에오니 수건빨래 돌리고 빨래도 다 개어둔 곰 덕분에 편히 쉬었다. 자꾸 거슬리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말고 이렇게 감사하고 행복한일에 집중하며 살아야지.
고양이 텃밭의 유기농 멜론은 배꼽이 물렁해질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얼른 먹고싶어 냉장고에 넣었는데 그럼에도 너무너무 맛있었다. 못난이 멜론 두 개 주문에 벌레먹었다며 세 개를 더 주시는 농부님^^ 걔들이 알아본 멜론이라 그런지 더 맛있다. 달고 향기로운 멜론을 유기농으로 키우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벌레도 곤충도 좋아하는건 당연한일이다. 남은것도 감사히 귀히 먹어야지. 한통 잘라서 둘이 한번에 다 먹은건 안비밀.
마무리는 또 너무너무 맛있는 멜론~! 그래도 하루 한통은 너무 한듯하여 둘이 반통만 먹었다. 먹다가 싸움나는 맛 ㅎㅎㅎ
아람님이 사주신 맛있는 점심도 먹고, 원순님이 사주신 음료도 먹고, 수다도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회용기에 고기빼고 주문했는데 몽땅 일회용기에 고기도 함께 와서 좀 실망스러웠다. 점점 더 나은방향이 아니라 점점 더 나쁜 방향으로 변하는 것 같다. 이 집은 이제까지 그릇에 배달하던 집이라던데 그 사이 바뀌었단다. 환경이 파괴되면 결국 아낀 비용의 수백 수천배가 들어간다. 우리가 작은일부터 좀 더 현명하게 대응하면 좋겠다.
9시부터 풀베기로 했는데 늦게 일어났다. 준비하고 어쩌고 하다보니 늦어버렸다.ㅎㅎ 이미 마을분들이 거의 다 해놓으셔서 넓은 복숭아 밭 전체에서 내가 한 부분은 별로 안되지만 그래도 손을 보탰다는 게 맘이 좋다. 산신령님이 쌍칼권법을 알려주셔서 힘들이지 않고 풀베는 법도 배워왔다.
온천에서 깨끗이 목욕하고 집에 올라왔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시간이 지나 배가 고팠다. 곰에게 얼른 감자밥 해놓으라고 연락해서 오자마자 감자밥에 열무김치 쉐킷쉐킷 ㅎㅎ 간단하지만 맛있는 저녁 먹었다. 그리고 주말 내 혼자 있었던 곰이랑 할라피뇨 피자 만들어 간단히 맥주 타임~^^
우리 논에 구경갔다가 너무도 잘 익은 알곡에 감동 받았다. 올해 추웠다 더웠다 비도 많이오고 폭염에 날씨가 난리도 아니었는데도 이렇게나 잘 자라주다니~~ 아름다웠다.
우린 너무도 망가진 시스템과 비뚤게 풍요로운 식문화 속에 살다보니 살던대로 살다보면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맛있는거 즐거운거만 찾게된다.
쉬운일은 아니지만 내 매일의 끼니에 감사하고, 그 음식들이 원래 다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먹어야한다.
요즘 좋은 샘들의 좋은 이야기를 들으니 참 드는 생각이 많다. 그 중 <밥꽃, 마중>의 저자 장영란 샘이 해주신 이야기를 공유한다.
자연이 더러워지면
우리몸도 더러워지고
철없이 먹으면 철이 없어지고
제철 먹을거리를 먹으면 싱싱해지고
씨앗이 없는 걸 먹으면 사람씨도 부실해지고
살아있는 씨를 먹으면 몸도 마음도 튼실해지고
먼 나라를 돌아온 걸 먹으면 제자리에 있지를 못하고
제 나라 제 땅에서 나온 걸 먹으면 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복잡하게 가공한 걸 먹으면 복잡해지고
단순하게 먹으면 집중하는 힘이 생기고
가려내고 먹으면 저 좋은것만 찾게되고
통째로 먹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들어 파는 걸 먹으면 돈을 좇게되고
손수 만들어 먹으면 사람을 사랑하고
혼자 먹으면 혼자가 되고
여럿이 나누어 먹으면 더불어 사니
먹는 게 바로 그 사람이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