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좋아하는 ‘순환’ 이라는 단어, 그 말을 완성시키는 일이 퇴비화이다. 1년이상 부숙시켜 올 여름 감자밭에 뿌려준 뒤 지금은 퇴비화 하고 있지 않은데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 강의가 끝난 뒤, 실습하러 가기 전 같이 점심 먹으러 갔다. 동기 중에 채식지향하는 사람을 만나 반가웠다. 우린 보리밥과 청국장을 시켜서 수다와 더불어 맛있게 먹었다.
집에오니 8시가 다 되어간다. 밥은 없고 시간도 늦어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다. 우리 집 옆에 제로웨이스트 할인이 있는 분식집에서 #용기내 포장해왔다. 나는 떡볶이만 먹고싶은데 곰이 김밥 두 줄에 튀김까지 시켜서 양이 많았다. 그런데 그걸또 다 잡수심. 위대함.. 😝.
여름밭 정리하며 따온 마지막 가지. 작고, 상처입고 모양도 안예쁘지만 귀하다. 봄에 우리씨앗농장에서 얻어와 전부쳐 먹고 키워볼까하여 화분에 던져둔 달래파는 말라죽지 않고 제 힘으로 뿌리를 내려 다시 살았다. 참 신기하다.
언니들이 불러내서 간만에 뭉쳤다. 치킨집에서 골뱅이 시키는 우리 ㅎㅎ 맛이 괜찮았다. 냠냠.
과음해서 속이 좋지 않다. 아침에 구운달걀 있는거 하나 먹었더니 속이 더 안좋았다. 물만 내내 마시다가 단호박 쪘다. 이 단호박은 내가 텃밭에서 수확한 녀석이다. 아끼다가 처음 맛보는데 달다 ㅎㅎ 아무것도 해준것도 없는데 달다 ㅠㅠ 한살림 단호박을 사먹고 그 씨앗을 받아뒀다가 심어준건데~~ 갬동~~~
고들빼기 김치 주문한 것이 왔다. 물에 밥 말아 고들빼기만 놓고 먹는것을 좋아한다. 이때 물은 차가워야 ㅎㅎ 아직 안익어 쓴맛이 강했지만 오랜만에 먹어서 맛있었다. 저녁엔 감자 호박 고추 썰어넣은 시워~~ 언한 재첩국에 같은 반찬으로 먹었다. 내 텃밭 홍감자라 더 맛있다.
수제비 먹고싶다고 말한지가 언제인데 곰이 아직도 반죽을 안해줬다. 우쒸.(나쁜 곰반죽기) 내가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또 귀찮으니 아쉬운대로 칼국수 끓였다. 재첩국 두 팩을 뜯어넣고 호박과 홍감자, 매운고추, 부추도 넣어 아주 맛있는 칼국수가 되었다. 곰도 버섯전 부쳐주고, 아주 잘익어 맛있는 채식김치와 함께 정말 잘 먹었다.
이제 씨앗을보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 단호박은 내가 키워 수확한 녀석이니 씨앗도 3세가 된다. 더욱이 이 호박은 ‘밤호박’ 이라는 이름이 너무도 어울리게 맛있는 밤 맛이 나는 호박이다. 웃거름, 액비 한번 준 적이 없는데~ㅠ 먹으면서 내내 고맙고 감동적이었다. 하트뿅뿅.
바쁜날이다. 아침부터 회의가 있었다. 회의가 빨리 끝나 밥먹을 여유가 있었지만 그 다음 회의가한참남아 시간이 애매하기도 했다. 다 같이 점심으로 코다리 조림 먹었다. 사진엔 없지만 커피도 얻어마시고 ㅎㅎ 남은 시간엔 바뀐 시스템도 배웠으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회의 끝나고 바로 가는 바람에 저녁을 못먹었다. 커피만 마시고 토론하다가 뒷풀이로 함께 맥주 마시며 이야기 나눴다. 함께하는 사람들 중 선생님이 여럿이라 요즘 화제인 서이초 샘 49제에 대한 얘기했는데 그쪽도 가관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것이 2023년 21세기인지 5공화국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언젠가 인류가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일반 대중의 온순함과 책임감의 결여, 그리고 모든 부당한 명령에 대한 비굴한 순종 때문이라는 말이 참 와닿았다. 부당하고 잘못된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고 저항해야지!
가을작물을 심고 일주일이 지났으니 궁금하여 텃밭에 나갔다. 비도 촉촉히 와서 그런지 새싹들이 모두 뾰롱뾰롱 올라왔다. 이럴때 정말 예쁘다. 모기가 너무 달라들어서 오래 구경하지 못하고 황급히 돌아왔다.
그 와중에 밭벼에 이삭이 나서 너무 신기했다. 처음에 심어주고 해준것도 없는데 살아남아 수정도하고 이삭도 맺다니~ 밭벼실험이 성공할것 같다.
왜인지 컨디션도 별로고 속이 좋지 않아서 나는 김치찌개 끓여먹고 곰은 부대찌개 끓여줬다. 쌈채소도 잔뜩 먹었다. 컨디션이 안좋을땐 더더욱 좋은 자연식 재료를 먹어야한다. 컨디션 관리를 해야하니 조심해야지.
입맛은 없는데 기운없고 배고프니 잣죽하나 뜯어서 먹고, 수업에 필요한 물품들 장보러가서 베지 샌드위치 하나 사먹었다. 그마저도 곰이 반 뺏어먹은건 안비밀. 이번달엔 내 생활이 별로였는지 머리도 아프고 몸이 무겁다. 예리한 몸같으니.
대한민국 수산대전에서 활전복을 세일한다. 제철인 전복으로 전복밥을 하려고 쌀을 담가두었다. 그런데 컨디션이 안좋으니 영~ 하기 싫다. 따뜻한 국을 끓이면 기력도 좀 회복하고 반찬도 김치만 있으면 될 것 같아 전복미역국으로 메뉴 변경. 불려둔 쌀이라 냄비밥해서 국에 밥 말아먹었다. 할 일이 많아서 컨디션이 안좋으면 안되는데~~ 흑흑 맘도 불편하다.
요즘 일어나는 일들은 너무도 복잡하고 기분좋은소식이 없다. 머리를 좀 식히려고 티비를 틀었다가 관동대학살은 일어난 적도 없다고 부정하는 말을 들었다. 아직까지 사과하고 참회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가막힌데 일어난 적이 없다니….
정치, 경제, 외교, 환경, 교육, 역사까지 요즘 우리사회는 왜 이모양일까 답답하다.
그러던 찰나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에 나오는 구절을 읽었다.
무례하고 몰염치한 사람으로 인해 자주 화가 난다면 즉시 이렇게 자문해보아라. 이 세상에 파렴치한 인간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 답이 나온다. 불가능하다고. 그러므로 불가능한 일을 바라지 말자. 그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몰염치한 사람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간교하고 신의가 없으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을 얼른 떠올려보아라. 이런 불량스런 인간들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면 그들 하나하나를 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하게 될 것이다. 또한 다음과 같은 생각을 즉각 떠올리는 것도 좋다. 즉 인간의 이 같은 악한 특성을 보상하기 위해 자연이 우리에게 부여한 선한 특성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자연은 난폭하고 몰염치한 자들에 대한 해독제로 온화함을 주었고, 다른 이들에게는 또 다른 대응력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너는 어긋나고 잘못된 사람을 가르치고 깨우쳐 옳은 길로 인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에서
고전은 이래서 고전인가보다.
더욱이 명상록은 다른사람을 위해 쓴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수양하기 위해 기록한 글이라는 점에서 더욱 울림이 있었다.
들리는 뉴스가 너무도 답답하고 답이 없는듯하여 티비도 끄고 연결도 다 끊고 어디 조용한 곳에서 정원이나 가꾸며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럴때마다 책은 내게 답을 주는 듯하다.
마음이 어수선하여 읽고있는 책에서 또 다음구절이 나왔다.
나는 우리 사회가 다음과 같은 모습을 띤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고 느낄 듯하다. 이를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결핍된 것을 분명히 시인하고, 이 시대의 복잡함과 난해함을 견뎌내며, 이 모든 어려움을 풀기 위해 많은 것을 시도했음에도 쉬이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디 복잡함을 피해 단순함으로 숨어들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현대인의 내면에 자리한 모순을 이해한다. 이 모순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모순이 품위 없는 삶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처럼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매 순간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기 일쑤인 세상에서 오늘 살았던 방식대로 내일을 사는 것은 무척 어려울 수 있다. 심지어 하루 동안에도 같은 자리에서 서로 상충하는 생각이 생겨나기도 한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이 피할 수 없는 모순을 어떻게든 잘 다루면서 살아가야 한다.
악셀 하케,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중에서
요즘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싶은 이유는(실제로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있는 이유는)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결방법을 찾는일도 요원하고 단시간에 일어날 수도 없다. 하지만 내가 속세에서 벗어나 어딘가에서 자연인으로 산다고해도 이 사회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고 불합리한 일들은 내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의 책임도 있다.
그러니 답답하고 불합리하고 무력할지라도 뭐라도 해야한다. 나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나에게 하는 말로 기록해둬야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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