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벌레의 공격을 당하면 목초액이라도 좀 뿌려줘야 하는건데 아무것도 안해준 내 배추는 그 사이 참 잘 자라있었다. 물론 벌레랑 많이 나눠먹긴 했다 ㅎㅎ
이쁘게 자란 토종상추와 쑥 올라온 달래파가 참 예쁘다.
10월 4일
소중한 수확물을 들고 고고싱.
배추는 고대로고 풀만 더 자란 느낌이다. 다른 밭이랑 비교하면 내 배추는 너무 연두색이다.
자주오셔서 액비며 em용액이며 쌀뜨물이며 다 잘 챙겨주시는 원순님 밭이랑 붙어있어서 더더욱 한눈에 비교가 된다.
우리씨앗농장에선 배추를 묶어주셨다고 한다.
여기보다 추운 괴산이라 먼저 심었으니 더 큰 걸 감안하더라도 내 배추랑 같은 씨앗이 맞나 싶다 ㅎㅎㅎ
그래도 비교하지 않기로 한다.
내 배추는 내가 해 준만큼, 그리고 그 땅에 맞는 만큼 자랐겠지. 벌레를 많이 먹었으니 벌레먹을 때 식물이 내뿜는다는 맛있는 맛이 많이 날것이다. 작으면 작은대로 감사히 먹으면 된다. 농약을 뿌리면 벌레없이 키울 수 있고 화학비료를 뿌리면 크~게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농약과 화학비료가 끼치는 그 외의 영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일에 반하여 친환경 도시농업을 하는것이 아닌가?
내 배추는 이웃과 더불어 나눠먹으며 평화롭게 자랐다. 배추벌레는 배추를 먹지만 자라서 나비가되면 작물의 수분을 돕는다. 나처럼 게으른 농부 덕분에 배추와 무를 편하게 먹은 곤충과 벌레들은 행복했을것이다 ㅎㅎ 애벌레도 몇마리는 무사히 나비가 되겠지? 전업농이 아닌 도시농부니 더욱 가능한 일이다.
부지런히 와서 돌봐주시는 우리 (생태)텃밭의 다른 배추들이랑도 비교하지 말아야지. 그분들의 부지런함과 애정만 배워야지. 비교하지 않고 내 배추에만 집중해 돌봐줘야지. 초록색이 아닌건 칼슘이 부족해서일 가능성이 있다고하니 난각칼슘을 좀 뿌려주고 상태를 봐야겠다.
작년의 미니어쳐 구억배추김치도 너무너무 맛있었다. 올해는 구멍뽕뽕 구억배추김치가 되어도 감사히 먹으면 된다.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 중 자연농 하시는 샘이 강의 중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자연농을 하면 비교와 억울함이 일상이 된다고 말이다 ㅋㅋㅋㅋㅋ
하지만 감정의 변화 뒤엔 철학자가 된 농부의 모습이 있다. 나도 before/after의 after 마음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ㅎㅎ
또박이 팀이 귀신같던 공용텃밭을 일궈 밭을 만들었다. 꽂아둘 이쁜 이름표를 꾸미고 계시길래 곰이 뿌셔서 텃밭 한쪽 구석에 기대있던 이름표를 염치없이 디밀었다. 소영님의 손을 거쳐 예뻐진 내 이름표는 집에와서 수리해줬다. 못 하나 박는데 둘이서 생쇼를 했지만 이러면서 생활의기술이 느는거라 믿는다 ㅎㅎ 1년동안 비맞고 바람맞고 다시 마르며 변한 나무색이 멋스럽게 느껴진다. 내년에도 새로 만들지 말고 그대로 또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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